제목: 공공장소에서의 불법촬영, 그 불편한 진실

며칠 전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는데, 옆 테이블에서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테이블 밑으로 내리고 있더군. 처음엔 그냥 폰 보는 건가 싶었는데, 각도가 좀 수상해서 불안한 마음에 자리를 옮겼다. 사실 그 순간,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최근 뉴스에서 본 사례들이 떠오르면서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다. 집에 와서도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아, 관련 뉴스를 좀 찾아봤다. 역시나 요즘 공공장소에서 불법촬영, 이른바 ‘몰카’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더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근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휴대폰으로 치마 속을 촬영한 20대 남성이 현행범 체포됐다고 한다. 이런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는 게 정말 씁쓸하다. 또 다른 통계를 보면,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불법촬영 범죄는 연평균 5,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비율이 70%를 넘는다고 한다. 특히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가장 위험한 장소로 꼽힌다. 이런 수치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사회 전반에 만연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사실 불법촬영 범죄는 단순한 ‘장난’이나 ‘일탈’로 치부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촬영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나중에 유포될까 봐 두려움에 시달리게 된다. 위키백과에서도 이 범죄를 ‘성적 수치심을 주는 촬영행위’로 정의하며,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에는 초소형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은밀한 촬영이 더 쉬워졌고, 공중화장실, 탈의실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 피해자는 인터뷰에서 “화장실에서 몰카를 당한 후, 밖에 나갈 때마다 모든 곳에 카메라가 있는 것 같아 불안했다”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례는 불법촬영이 단순한 성범죄를 넘어 피해자의 삶 전체를 파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피해자들은 2차 가해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가해자의 변명이나 주변의 ‘옷을 조심하라’는 무심한 조언이 오히려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도 강화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 개정으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의 처벌 수위가 높아졌고, 최근에는 촬영 자체뿐 아니라 소지·구매·저장 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예방과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카페나 지하철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주저하지 말고 신고하거나 자리를 피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면, 전문 자문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럴 때 카메라촬영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곳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다. 또한 주변에서 의심스러운 행동을 목격했을 때, ‘나서면 귀찮아질까’라는 생각보다는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마음으로 신고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지하철역에서 시민의 신고로 불법촬영범을 검거한 사례가 늘고 있어, 사회적 관심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문제의 핵심은 촬영 자체보다 그 이면에 깔린 성적 대상화와 권력 관계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물건’처럼 바라보고, 촬영물을 통해 쾌감을 얻거나 유포로 이익을 취한다. 이는 단순한 범죄를 넘어 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 부재를 드러낸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안전해지려면, 개인의 경계심뿐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성평등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그래야 누구나 불안 없이 공공장소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이 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불법촬영 범죄는 디지털 성폭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몇 년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충격을 준 이후, 불법촬영물의 유포와 재생산이 더욱 조직화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의 재범률이 30%에 달하며, 이는 단순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중독성 있는 범죄 패턴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단순 처벌뿐 아니라 가해자 대상 재활 프로그램과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의무화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디지털 성폭력의 심각성을 가르치는 등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기술적 예방 조치도 중요하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촬영 시 소리가 나거나 알림이 뜨는 기능이 있지만, 앱을 이용해 무음 촬영이 가능하다. 제조사 차원에서 불법촬영을 방지하는 기술을 기본 탑재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각도에서 촬영 시 경고음을 내거나, 촬영물에 자동으로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인 국가가 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 지원 체계의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한국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센터가 운영 중이지만, 홍보 부족으로 많은 피해자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가 촬영물 삭제를 요청해도 플랫폼이 신속히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적 강제력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같은 규제를 참고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결국 불법촬영 문제는 단순히 법과 기술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 문제다. 우리 모두의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작은 관심과 용기가 모여 더 안전한 공공장소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